특별칼럼 - 일선스님(보림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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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 일선스님(보림사주지)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5.10.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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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차대회에 다녀와서

지금 천년고찰 경내 약수터 앞에는 구절초의 고절한 향기가 그윽하게 가을하늘에 번져가고 있습니다. 자기자신이 전부라고 살고있는 범부들의 어리섞음을 아홉 번 절복시켜 모든 생명이 바로 부처라는 뜻으로 피어오르니 그 향기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법신반야를 연출합니다. 참배객들은 거룩한 법문을 들으려는듯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담고 약수물에 목마름을 씻고 갑니다.
선차의 발원지인 중국 하북성 백림선사에서 열렸던 제10차 세계선차대회에 다녀왔습니다. 백림선사는 당나라때 마조도일선사의 제자 남전스님의 문하에서 일찍이 십대에 깨달아 백이십살을 사시며 고불로 존경받았던 조주종심선사의 행화도량입니다. 당시에는 조주 관음원이라는 초암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도량으로 중창되어 여기가 바로 선차도량의 발원지임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한국 차의 세계에서는 2001년 10월19일 백림선사에 한중우의 조주고불 선차기념비를 대탑옆에 나란히 건립했습니다. 중국의 선과 차는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건너옴으로써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양나라에 도착한 달마대사는 불심천자인 무제를 만나서 일체유위법은 환과 같음을 가리키고 무너지지 않는 무위의 공덕을 설했지만 알아듣지 못하자 양자강을 건너서 숭산의 소림굴로 들어가 9년 면벽을 했습니다.
이때 정진을 하면서 졸음을 참지못해서 양 눈꺼풀을 마당에 던졌는데 이것이 자라서 차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달마대사의 선법은 마침내 육조혜능에 이르러 꽃을 피우고 신라인 무상선사에게 전하고 그 문하에 마조도일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나와서 평상심시도라는 공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마음이 본래 부처이니 평상시에 쓰는 밥먹고 차마시는 이것이 도라는 간명한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범부들은 밥먹을때 밥만 먹지 않고 차마실 때 차만 마시지 않고 온갖 시비분별을 하니 결코 쉬운일은 아님니다.
조주선사한테 어느날 두 사람의 학인이 찾아와서 불법을 물었습니다. 먼저 자네는 여기에 온적이 있는가를 묻고 있다고 하자 차나 한 잔 하시게 라고 하였고 또 다른 학인은 여기에 온적이 없다고 대답을 하니 자네도 차나 한 잔 하시게라고 하셨습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원주가 이상하게 생각하니 원주에게도 차나 한잔 하시게 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차나 한잔 하시게“ 라는 공안이 마침내 선차일미의 새로운 문화로 탄생하여 한중일 삼국의 만남을 이루게 하였습니다.그리고 올해가 열 번째의 해로 그 동안 소멸되었던 중국 차문화를 부활시키고 한중일 삼국의 차인들이 만나서 우의를 다지고 각국의 차문화를 교류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 되었습니다.
조주고불 탑전에서 기념식을 마치고 만불전 앞에서 펼쳐진 중국 천하에서 들차회에 참가한 천여명의 다인들과의 만남은 참으로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던 학술세미나와 문화행사는 차로써 세계평화가 이루어질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특히 8차 대회가 열렸던 절강성 장흥현 수성사 방장스님과 재회하여 찻자리를 함께 하면서 한국 장흥과 자매 결연을 맺은 사실을 주고 받으며 내년에 열리는 국제통합의학 박람회에 많은 신도들과 함께 오시기를 초청 하였습니다.
보림사를 두 번이나 이미 방문했던 방장스님은 보림사의 역사와 차문화 그리고 사찰음식에 아주 감동받았다고 하면서 내년에 다시올 것을 약속했습니다. 더구나 장흥의 역사와 함께 내려온 공예태후 임씨가 중국 장흥에서 건너왔으며 차의 성인 육우의 사당이 스님의 절 바로 가까이 있기에 차문화를 교류하는데 소중한 뜻을 함께 하였습니다.
차의 세계가 잠자고 있었던 대륙의 차문화에 불을 지른지 10여년만에 중국의 차계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었으며 행사장마다 넘쳐나는 차인들이 부러웠습니다. 한국의 차인들도 이제 깨어나서 서로 함께 모여서 서로 우의를 다지고 선차일미의 세계로 나아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해봅니다.
이렇게 성대한 십주년 행사가 열리게 되었던 것은 열반하신 백림선사의 전 방장 정혜대선사의 원력과 한국 차의 세계 최석환 대표의 지극한 원력이 모여서 이루진 것입니다. 앞으로 차로써 세계는 하나될수 있다는 차선일미의 정신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페막인사를 한국 구산선문의 대표로써 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였습니다.
뒷산 차밭에는 순백의 차꽃 향기 그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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