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청사인가, 장흥군 신청사 ‘표류’…군민들 ‘정치적 도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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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청사인가, 장흥군 신청사 ‘표류’…군민들 ‘정치적 도구’ 안돼
  • 임순종 기자
  • 승인 2020.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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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례 군의회 상정 모두 불승인…군의회 “집행부 충분한 협의 없고 예산부족”
군민들 “4만 군민이 이용하는 군청사 신축 놓고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마라”
장흥군청사
장흥군청사

전남 장흥군이 군청사 신축을 놓고 군의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청사 신축계획안이 또 다시 의회에서 불승인됐다.

이에 장흥군민들은 “4만 군민이 이용하는 장흥의 대표 시설인 군청사 신축을 놓고 정략적이거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며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신중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장흥군에 따르면 지난 14일 군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심의결과 청사신축계획안이 상임위 전체 의원 5명 가운데 3명이 청사 건립 비용 문제를 지적하며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해당 안건의 본회의 상정은 또다시 불발됐다.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의원들은 군청사 신축에 대해 심의한 결과 다수의 군민들이 청사 신축에 찬성하는 만큼 의회가 승인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의원 2명이 제시한 반면, 나머지 3명의 의원들은 예산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했다.

의회는 지난해 신청사 건축 용역 예산까지 세워줬지만 올해 들어 벌써 세 차례나 부결시켰다.

또한 신청사 건립에는 동의한다는 전제만 깔고 있을 뿐 예산 추가 확보나 2년 뒤 추진이란 모호한 이유를 들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집행부는 청사 신축비용으로 397억원을 예상하며 현재 304억원을 확보했으나, 이 비용으로는 청사 건립이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충분한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매월 청사신축계획안을 상정한 것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심리도 작용했다.

A 의원은 “신청사 건립을 놓고 의회가 군수와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오해를 사 곤혹스럽다” 면서 “공청회에 주민이 아닌 공무원들이 70% 참석해 의견을 내고 군민 여론조사 문구가 찬성을 유도하도록 작성돼 의회의 불신이 있었다” 고 말했다.

이어 “청사 신축은 의원들 모두 찬성하고 있다”면서 “다만, 신청사는 현 부지 보다는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장흥군은 현 부지내 신축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150억원 이상의 매입비 등 공사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장흥군 관계자는 “현 청사가 지진대비 내진보강이 안된 상태에서 보강할 비용으로 새로 짓는 것이 타당하기에 신축을 서둘렀다” 면서 “다시 의회에 상정할지는 군수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 고 말했다.

이로 인해 무소속 단체장인 현 군수와 전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군의회간 정치적 대립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높다.

진정 장흥군의회가 군청사 신축에 대해 현 위치와 이전에 대해 2차례 실시한 공청회가 신뢰도가 낮고, 여론조사 문구가 찬성을 유도하게 작성한 것이 반대하는 이유라면 군의회와 집행부가 서로 협의해 다시 한번 군민을 대상으로 신축 시기, 위치 선정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여론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갖고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77년 건립돼 43년이 된 장흥군 청사 본관은 2년 전 정밀 안전검사에서 D등급인 안전취약시설물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 1965년 지은 별관은 B등급, 2003년 준공한 의회동은 C등급으로 판정됐다.

이에 따라 장흥군과 군의회는 2016년 12월부터 ’장흥군 청사 건립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를 제정해 청사 건립기금을 조성하고, 2019년 11월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 2020년 1월 의회에 ‘장흥군 청사 신축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을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의회의 제안에 따라 코로나정국 속에서도 군민 설문조사와 군민 공청회, 10개 읍면 공청회,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한 ARS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군민의 여론을 수렴했고, 현 위치 신축하자는 의견이 높았다고 밝혔다.

이에 장흥군은 오는 2023년 초까지 397억 원을 들여 건축 연 면적 1만 4200㎡,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새 청사를 짓기로 하고, 청사 건립기금 설치 운용 조례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기금을 조성해 현재 304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장흥군의 군청 청사 신축문제는 향후 장흥군의 100년을 내다본다는 미래지향적 자세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청사 신축은 ‘백년대계’ 차원에서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군민들을 볼모로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접근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장흥군의 주인은 군수도, 군의원들도 아닌 오로지 군민들이다.

군청사도 군민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군과 의회는 지혜를 모아 신청사가 장흥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지어지길 바란다.

이번 의회 불승인으로 집행부가 10월 또 다시 신축계획안을 의회에 상정할지 전면 재검토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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