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 정윤식(국립한글 박물관 후원회 정회원)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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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 정윤식(국립한글 박물관 후원회 정회원)선생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5.10.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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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밑바탕 ‘한글’

▲ 정윤식 선생
우리글 한글은 우리 민족을 문맹에서 건져준 나라의 보배이며 우리 겨레의 슬기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문화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이날을 기념하고 있는데 10월 한 달만이라도 우리글 한글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한자를 빌어 우리말을 적는데 실패한 우리 한아비들은 드디어 독자적인 글자를 만드는데 성공했으니 이것이 ‘훈민정음’ 우리글 한글 아닌가, 한글 창제의 동기는 외부세력에 대해서는 자주독립을 지키려는 민족주의적 정신과 국내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다 글자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적 사상이 밑바탕이 되어있다.
훈민정음 서문에 이른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서 민초들이 말하려고 하는 일이 있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두 가지 근본적인 동기가 그 밑바닥에 있었음을 분명히 말해 두고 있다.
이 글자는 이러한 차원 높은 동기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인지 그 만든 솜씨는 아주 훌륭하다.
발음기관과 삼재(하늘?땅?사람)를 본떠서 만들되 거기에는 우주의 형이상학적 진리가 뒷받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찍이 이렇게 독학적인 글자를 만들어낸 민족을 세계역사에서 보지 못했으며 말의 소리와 글자에 우주의 진리를 결부시켜 철학적인 해석을 시도한 슬기를 다른 민족에서 찾아보지 못한다.
과연 한글은 우리민족의 슬기를 자랑할 만한 가장 중요한 민족의 유산임을 우리는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동기와 뛰어난 솜씨로 만들어진 글자임에도 불구하고 못난 이 나라의 후손들은 그 혜택을 유감없이 충분히 누리지를 못했다.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은 역사가 너무 길었고 따라서 뿌리가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양반선비들은 대부분 이 글자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 글자 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글이 지니고 난 민주주의적 성격은 그 빛을 발휘했다. 한글은 역사의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민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양반 선비들이 한문으로 출세하고 한문으로 시를 지어 자기도취에 젖어있고, 한문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어리석을 처사를 해 내려오는 동안 서민 계급은 한글로서 노래를 부르고 소설을 짓고, 일기를 쓰고, 농사일지를 쓰고, 편지를 쓰듯 한글과 더불어 살아왔다. 이리하여 진정한 민족의 문화를 꽃피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근대화의 바람이 불게 된 19세기 말엽 민중의 대두와 더불어 한글도 역사의 표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제국주의 침략자들의 총칼 때문에 한글은 다시금 된서리를 맞았다.
말과 글의 말살정책을 그들은 무자비하게도 감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핍박과 억압 속에서 민족주의적 성격은 그 빛을 발휘했다. 애국학자들은 이글을 지키는데 고귀한 피를 흘렸던 것이다.
한글은 민족주의적 바탕과 그 민주주의적 성격으로 5백년이 넘는 동안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므로 우리민족이 빛을 보게 되던 날 우리나라에도 민주주의적 사상이 자유를 얻게 되던날부터 우리글인 한글도 동시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리민족의 진정한 민족으로서의 교육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으며 한글은 그 교육에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민족의 앞날의 문화건설은 한글의 운명과 더불어 힘찬 발전을 거듭 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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