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화초로 사랑받을 것인가, 잡초로 뽑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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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화초로 사랑받을 것인가, 잡초로 뽑힐 것인가.
  • 장강뉴스
  • 승인 2020.06.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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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갑(前강진군청 기획홍보실장/공로연수)

후배공무원들의 퇴임일정이 문자로 날아오는 걸 보니 인사철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나의 공로연수 일정도 며칠 남지 않았다.

윤영갑
윤영갑

1년의 공로연수에 들어가며 그동안 업무를 핑계로 가지 못했던 미래설계 교육기회를 충분히 가져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작년에 숲 해설가 자격과 응급구조사자격 취득에 이어 올해 6개 과정교육을 신청했는데 코로나여파로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행정사실무와 공무원연금공단 명강사반 두 전문과정 교육을 끝으로 천직으로만 알았던 공직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내가 나고 자란 시골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마당을 파란 잔디로 꾸미고 잔디밭 빙 둘러 화초를 심고 가꾸며 살아가는 재미를 느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매일아침 마당과 텃밭, 화초들을 돌보다보면 금새 한나절이 지나간다. 몸에 베인 일상 속에서 잔디밭과 텃밭을 관리하며 새삼 느낀 게 있다.

잔디보다 잡초가 더 강하다는 것, 그리고 돌틈사이에 자란 꽃들도 관리해 주지 않으면 제대로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일 잡초를 뽑아내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잡초가 보인다. 잡초를 뽑다보면 오히려 그 옆의 잔디나 꽃이 뽑히고 잡초는 잘 뽑히지 않고 뜯겨지기 일쑤다.

뜯겨진 풀은 생존본능이겠지만 더 튼튼히 뿌리를 내려 무성해진다. 잡초를 뜯지 않고 뽑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란 잔디밭의 잡초를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나 조직의 한 단면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현직에 있을 때 인사실무를 담당했고 이를 총괄하는 부서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인사철만 되면 부서장들이 누구를 이번인사에 우리부서로 보내달라는 것과 누구는 제발 타부서로 내보내달라는 두 종류의 청탁(?)을 받는다.

업무량에 변화가 없는 한 한사람이 전출되면 한사람을 충원해 주는 게 인사의 기본인데도 심지어는 충원 안 해줘도 좋으니 이번에 누구만큼은 내보내달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조직에 도움은커녕 방해가 되니 잔디밭에 난 잡초와 뭐가 다를까.

뜯긴 잡초가 더 강하고 무성하듯 더 잘 버틴다. 8:2이론이 있다.

어느 조직이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선발해 조직을 만들면 80%는 열심히 일하고 20%는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론으로 차라리 덜 열심히 일하는 20%라면 교육 등을 통해 개선해나가는 희망은 있겠지만 그마저도 아닌 경우라면 뽑아내야할 잡초에 불과하다.

조직의 안정과 활성화, 소통을 통한 인사시스템의 일환으로 팀장급의 경우 본인 희망과 함께 부서장의 추천을 받는다.

매번 느끼지만 희망과 추천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서장이 추천하는 인원은 극히 한정적이며 일반직렬의 경우 10여명이 이중삼중으로 추천이 들어오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

보는 눈과 느끼는 기준은 대개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는 자기가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요구하는 부서장이 많은 팀장이나 직원은 어느 부서에 보내도 제몫을 하고 인정받는다.

이는 잔디밭 가장자리에 피어난 화초와 같다. 모두가 부러워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두 번째 ‘제발~’의 부류는 이리 채이고 저리 밀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사부서는 왜 그런 사람을 보냈냐는 항의에 시달려야 한다. 오라는 부서가 많고 함께 근무하고 싶어 하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그런 조직이어야 화합이 되고 성과도 낼 수 있다.

혹여 그저 공무원이라는 신분에 갇혀 무사안일하거나 업무를 기피 또는 무서워하는 파란 잔디밭의 잡초 같은 공무원이 있다면 과감히 뽑아내야 한다.

인사철만 되면 아부하거나 성과를 부풀려 포장하기보다는 지역발전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소신이 앞장서야 한다. 인사권자는 그런 사람을 우선하고 발굴해야 한다.

필자가 늘 후배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접시 깨뜨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다보면 작은 실수도 있고 허물도 생길 수 있다.

그 실수와 허물이 처음부터 예견되거나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관용을 베풀어주는 감사제도도 있는데 미리 엎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모처럼 시어머니 기일에 도회지에서 내려와 작은 방에서 자기들끼리 노닥거리는 며느리들이 접시 깰 일은 없다.

홀로된 시아버지 모시며 함께 살다 먼저가신 시어머니 생각에 온갖 정성을 다해 제사음식 장만하는 부엌의 며느리가 접시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지역공무원들이 열심히 하다가 접시를 깰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로 중앙부처나 국회로 뛰어다닌다면 군민들은 가꾸고 싶은 화초로 볼 것이다.

화초가 되어 군민들로부터 사랑받을 것인가 잡초가 되어 조직에서 뽑힐 것인가는 오롯이 공직자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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