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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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
  • 장강뉴스
  • 승인 2020.02.1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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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섭(강진군농업기술센터작물연구팀장)
안준섭 팀장
안준섭 팀장

우리 지역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이 편찬한 속담집인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농부아사 침궐종자(農夫餓死 枕厥種子)’라는 글이 있다. “농부는 지금 아무리 배가 고파 죽을지언정 앞으로의 농사를 위해 종자(種子)는 남겨둔다”는 말이다.

농부는 현재 아무리 어려워도 다음 농사를 준비한다는 뜻으로 한해 농사의 흥망성쇠는 종자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뜻일 것이다.

최근 우리군 식량작물 종자중에 각광을 받고 있는 작물이 있다.

쌀귀리와 새청무 벼이다. 쌀귀리는 2008년부터 우리지역에 심어져 오고 있는 겨울철 소득작물로 쌀귀리는 다른 맥류와 다르게 그 유전적인 특성상 아무리 좋은 종자를 가져다 심어도 2~3년이면 퇴화가 되어 야생(잡초화)으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그래서 도입 초기에는 체계적인 종자 생산체계 없이 사료용인 겉귀리등 타품종과 이물이 섞인 종자를 심을 수밖에 없어 유통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이러한 생산체계를 탈피하고자 강진읍 초동마을의 젊은 농가와 함께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생산한 기본식물로부터 얻은 원원종을 가지고 우리 지역에서 원종, 보급종을 생산하여 지역 농가에게 보급을 해 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종자 증식체계 이지만 원종부터 보급종까지 순도 높게 생산을 성공한 지역은 전국에서 강진이 유일하다.

따라서 현재는 우리 강진군 쌀귀리가 전국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종자 증식에 실패한 전국의 농가들과 종자를 갱신하고자 하는 유통업자들로부터 종자를 구하고자 하는 연락이 쇄도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올해 말부터는 온난화 되는 겨울철 기상에 대비하고자 우리지역 적합한 고품질, 고순도 종자를 생산하는 채종기술을 마련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의 연구사업에 참여하여 쌀귀리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새청무벼 종자 이야기다. 현재 전남은 국립종자원에서 9개 품종에 대해서 정부보급종을 생산하여 농가에게 보급을 하는데, 아쉽게도 최근 우리 강진을 시작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새청무는 정부보급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순도 높은 종자를 공급하는데 애로가 있는 새청무를 우리 강진군은 2019년 최초로 정부공공비축미곡 품종으로 선정을 하고 변화하는 쌀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선 새청무 육성기관인 전남농업기술원으로부터 원원종 또는 원종급 종자를 구해 와서 선도농가를 통하여 증식을 하였고, 또한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위탁생산을 하고 있는 농가들로 하여금 최대한 많은 보급종급 종자를 확보하였다.

또한 2019년에 생산된 새청무 원료곡을 대상으로 농협RPC와 함께 DNA품종 분석, 발아율 검정등을 통하여 자체적으로 종자를 최대한 선별하여 올해를 대비 하였다.

이로 인해 올해 계약재배 면적인 3,000ha에 파종되는 새청무 종자 자체공급은 당연함은 물론 전남 타시군에게 까지 새청무 종자를 보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명실상부 새청무 재배 1번지로 단 1년 만에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2020년 전남에서 10개 시군이 새청무를 공공비축미곡 품종으로 선정하였고,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칠 일이 내심 기대가 된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농업의 강국이며 이중 농업 최대강국들은 대부분 농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종자산업에 있어서 정점을 달리고 있다.

즉 지금 세계는 좋은 종자를 확보하기 위한 소위 ‘종자전쟁’이라 표현되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우리 강진도 종자전쟁까지는 아니지만 한정된 수량 안에서 농가 자신들이 희망하는 종자를 많이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음을 알고 있어 더욱 더 종자에 대한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2021년부터는 새청무벼도 적은 양이지만 정부보급종이 생산이 되고, 교과서에서 나온 종자증식 체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여 쌀귀리 종자난에서 해방되는 시군들이 나오겠지만 항상 성공적인 작물재배 뒤에는 이렇듯 좋은 종자를 생산·유지·보급 하고자 하는 그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음을 농업인들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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