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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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장강뉴스
  • 승인 2019.09.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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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성균전 전의)
▲ 최일중

끝까지 앉은 것처럼 기승을 부리던 여름이 물러가고 풍요로운 한가위 명절이 성큼 다가 왔다.

들녘에 샛노란 벼가 고개를 숙이며 익어가고 과일 나무에는 튼실한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또 마을 어귀 도로변에는 군락을 이룬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중추절, 가배, 가위, 한가위라고도 불리는 우리나라 대표적 명절 가운데 하나로 음력 8월 15일을 일컫는다.

추석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 라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추석날 아침에는 햇곡으로 빚은 송편과 각종 음식을 장만해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비록 오가는 길이 복잡하고 벌초며 차례 준비 등 준비과정이 힘들다 하더라도 가족끼리 도와가며 준비하고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과 믿음을 기꺼이 나누는 말 그대로 민족 대 명절이다.

우리민족 대명절인 한가위 추석의 기원은 삼국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서기 32년)에 왕이 6부를 정하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내(部內)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두 패로 가른 뒤 편을 짜서 7월 16일부터 날마다 6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했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그해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 지는 편이 술과 밥을 장만해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온갖 유희를 즐겼으니 이것을 이르러 가배(嘉俳)라 하였다.

이것이 점차 변형돼 오늘에 이른 것이다. 고향을 지키고 있는 부모형제들 또한 멀리 떨어진 자식과 지인들이 찾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첫 수확한 온갖 햇곡식과 햇과일을 준비해 놓고 다가올 한가위 가족 맞이에 분주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넉넉하고 풍요로운 명절임에도 우리 주위에는 함께 즐거워 할 수 없는 어려운 이웃들도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과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즐거워야 할 추석이 오히려 더욱 우울하고 외로운 시간들이 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한가위 하면 이웃 간에 장만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서로에게 감사의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습을 간직해 왔다. 우리가 내세우는 더불어 사는 행복한 우리 민족의 따뜻한 심성을 통해 그 의지를 담고 있다.

가을의 한가운데에는 둥근달이 있어 낭만이 있고 역사가 있고 삶을 노래하는 시가 있다. 더러는 ‘아직도 달에 빠져 고리타분한 몽상에 젖어 있는 것이냐’ 하고 웃어넘길 것이다. 그러나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생각이라 해도 달빛을 차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를 피해 숨을 수는 있어도 구름 아니고는 달을 가릴 사람이 없는 것이다.

올 추석은 뒷동산에 올라 달을 보자. 그리고 땅에서 겸허히 하늘을 올려다보자. 모두 다 참 많이 반성하는 가을이 되자. 백성을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부모를 한번 더 생각해 볼이다. 자식을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직장을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나라와 민족 고향을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달빛이 부족하거든 뒷동산에 올라서 달을 보시라.

추석 전 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에 나오는 한가위 장면을 그리면서 말이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은 정겨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넉넉한 둥근달을 보면서 부끄러워  하고 반성하는 사색의 시간인 셈이다. 통렬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기도 한다.

옛 성인들은 언제나 부끄러운 마음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맹자(孟子)는 군자가 지켜야 할 4가지 덕목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얘기 하면서 자신의 옳지 못함으로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着惡之心非人也).

사람에게 있어서 부끄러워함은 중대한 일(恥之於大矣盡心上)이라고 설파했다. 주자(朱子)는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면 위정자의 지위에 나갈 수 있으나 부끄러운 마음을 잃어버리면 짐승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기 쉽다”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지도자들에게서 부끄러움, 즉 염치란 미덕을 찾아보기 힘들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마음은커녕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레 역공을 서슴지 않는다.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에도 잠 못 이루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염치 있는 사람들이 빛을 발하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한가위에 자성으로 이끄는 환하고 둥근 보름달이 뜨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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