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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기쁨(喜)과 즐거움(樂)의 차이(差異)최일중(성균관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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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8  1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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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중

7월 7일 小暑(소서) 31후 초후 7월 2일 뜨거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32후 중후 7월 7일 귀뚜라미 벽속에서 운다. 33후 말후 7월 12일 매새끼 날개짓 연습한다. 大暑(대서) 7월 22일 34후 초후 7월 17일 썩은 풀 무덤에 반딧불 나다. 35후 중후 7월 22일 땅이 습하고 무더웁다. 26후 말후 7월 31일 때때로 큰 비 내린다.

7월 12은 初伏(초복)이다. 옛날 궁중에서는 복날이 되면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나눠주었다.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가게 한 것이다. 민간에서는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으로 들어가 탁족(濯足)을 하면서 하루를 즐겼다고 한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과일을 먹으면서 더위를 피했다. 해안 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낸다. 예나 지금이나 복날이 되면 복달임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 풍습이다. 더위로 인해 허약해진 기력을 보양식으로 충전하기 위한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복달임은 개장국이었다. 그 중에서도 집에서 기른 황구(黃狗)를 잡아 끓인 보신탕이 제일이다. 개장국을 대신해 삼계탕을 즐기기도 했다. 햇병아리를 잡아 인삼과 대추 찹쌀 등을 넣고 푹 곤 삼계탕은 원기를 회복하는데 그만이라고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말 중에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약 434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에 사랑, 행복, 기쁨처럼 쾌(快)를 표현하는 말은 전체의 30%가 안 되고 슬픔, 참담함, 화 등 불쾌(不快)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70%를 넘는다고 한다.

그 많은 감정 단어 중에 우리가 느끼거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몇 개나 될까. 예를 들면 수줍음, 부끄러움, 창피함 등은 비슷한 것 같지만 실제 쓰임에는 차이가 있는 말이다. 감정이 잘 분화된 사람들은 여러 가지 감정을 잘 구분할 수 있지만 미분화된 사람일수록 이를 알지 못한다. 심한 사람들은 단지 기분이 나쁘다. ‘나, 좋다.’ 두 가지로 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흔히 인간의 감정을 희노애락(喜怒愛樂)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희(喜)와 낙(樂 )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위 연구에 의하면 기쁨은 쾌감 점수가 10점 만점에 5.94점이고 즐거움은 5.89점으로 소개 되었다. 기쁨이 즐거움 보다 더 강한 쾌감인 것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크지 않기에 쾌감의 강도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다음의 눈물 흘리는 장면을 연상해 보자. 이산가족이 서로 부등켜안고 우는 모습, 중요한 경기장에서 승리한 선수들이 흘리는 눈물, 출산 후 아이를 안은 엄마의 뺨에 흐르는 눈물, 탄핵이 발표되고 난 뒤 만세를 부르며 눈물 흘리는 시민들의 모습, 이 눈물을 우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하지 즐거움의 눈물이라고 하지 않는다.

즐거움 즉, 낙(樂 )은 감각적 차원의 쾌감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쇼핑할 때 우리는 감각적인 쾌감을 느낀다. 그에 비해 기쁨, 즉 희(喜)는 다르다. 기쁨은 고통, 불편이 동반된 쾌감이며 정신적인 것이다.

추운 바람을 맞아 가며 겨울 산의 정상에 올라섰거나 이별의 고통을 겪고 난 후 재회했거나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거나 연습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 즐거움은 손쉽게 느낄 수 있지만 그 쾌감이 짧게 지속된다.

그 에 비해 고생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기쁨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쾌감은 오래 지속된다. 이 두 감정의 차이에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있다. 동물의 감정은 반응이다. 인간의 맛은 놀랍다. 단지 쓰고 매운 맛을 잘 견뎌 낸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단맛과 쓴맛에 쓰고 맵고 신맛을 섞어 내어 더욱 풍부하고 깊은 맛을 만들어 내고 즐긴다.

쾌와 불쾌의 두 세계가 이분법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두 세계를 섞어 내어 더 깊은 쾌감을 만드는 존재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행복하다는 뜻의 한자 행(幸)을 보면 매울 신(辛)과 한 일(一)자로 되어있다. 삶의 고통속에 어떤 희망이나 기쁨 하나를 얹으며 그것이 곧 행복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이기에 기쁨만을 느껴야 한다고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이전에 동물이다.

우리에게 즐거움과 기쁨이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기쁨이 사라질 때이다. 기쁨이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즐거움이 커진다. 아무런 불편함이나 고통 없이 그저 기분 좋기를 바라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언 땅을 헤집고 나온 새싹의 고통어린 몸부림,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생명의 아우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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