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가는 해를 바라보며
상태바
장강칼럼 - 가는 해를 바라보며
  • 장강뉴스
  • 승인 2018.12.24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일중(성균관 전인)
▲ 최일중

달력 한 장의 달랑거림에서 가는 세월을 새삼 느낀다. 시간의 흐름에는 매듭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흘러가는 세월에 어떤 인위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흐르는 시간, 넘어가는 하루하루, 지는 달 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것은 아닐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 수첩을 사서 정리를 시작한다. 올해의 수첩을 곁에 두고 새수첩을 한 장 펼쳐보면 일년이 보인다.

글쎄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올해의 수첩을 한 장 열어보고는 내가 일년 전 오늘 이때 무엇을 계획했는지를 살펴보고는 그래도 그런대로 열심히 다가가려고 노력은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 년 동안 꾸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우리가 어린 아이였을 때 그렇게 갖고 싶어서 안달하던 사탕도 결국은 녹아 없어지면 그만이고 맛도 똑같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그 사탕보다 더 나은 것도 얼마든지 있는데...

어릴 때 그리도 갖고 싶던 사탕을 손에 쥐고 울고 있을 때 엄마가 사주셨던 그 사탕은 내가 그리도 원했던 그 사탕이 아닌 그보다는 못한 것이지만 단지 사탕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던 것만으로도 온 세상의 행복을 모두 내 작은 손아귀 속에 쥔 듯한 기분이었는데...

어느 길로 가든지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보다는 먼저 여러 가지 길들을 살펴보고 또 살펴보고 또 조금은 돌아서 가더라도 더 힘이 들더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계획에 대한 여러 가지 길들을 둘러보며 차근차근 계획에 가까워지려 하지 전에 그 계획 자체에 대한 집착 때문에 빨리 실망하고 화도 나기도 하고 심지어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갖게 되어 많이 현명하지 못함을 느끼게 된다.

산다는 것은 예정된 길을 걸어가며 끝없는 반복과 주어진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게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접고 수첩에 펜끝을 놓으니 그때의 떨림과 망설임이 또 느껴진다.

다가오는 해에는 무엇을 사용할까? 어떤 계획을 또 무엇을 옮겨 적고 무엇을 세월 속에 묻어 버릴까? 누구를 지우고 또 어느 이름을 남겨둘 것인가?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 새로 산 수첩을 보면서 일년 동안 하루에 한 장씩 가슴에 새길 만한 글을 적겠노라고 나에게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실행하기 위해서 일년 내내 신문도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고 책도 많이 읽었고 여러 잡지나 사보 등에 나오는 짧은 글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뜻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 저것 메모하는 습관과 비슷한 류의 내용들을 스크랩하는 습관도 어느 새 원래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나의 생활의 일부였던 것처럼 익숙하게 몸에 배어 있었다.

언제부턴가 시작한 가계부 쓰기도 올해로 5년을 채우고 있다. 일 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그 수첩들을 보면 지난 일 년의 자취를 한 눈에 볼 수가 있고 필요한 내용의 글들을 쉽게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는 것과 한 장한장 빽빽하게 묻어있는 나의 하루들의 모임자취가 자랑스러움과 함께 벅차오르는 뿌듯한 행복감으로 다가온다.

일년 내내 매일 매일 묻었던 수첩 속에 나의 땟자국을 보면 대개는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 아닐 수 없다.

내년에는 다른 이의 수첩 속에 지워지지 않은 이름이 되고 싶다. 그리하여 사람은 족적을 남기는가 보다. 나라는 역사, 가문에는 족보가, 개인에게는 흔적(기록)을 남긴다. 아 가는 세월 막을 길이 없구나.

기해년은 참으로 기쁜 날을 맞이하게 된다. 누구나 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기쁨과 희망, 새로움이 있기에 아이들로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에게 복된 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