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전교생 39명 작은 학교의 기적 ‘장평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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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전교생 39명 작은 학교의 기적 ‘장평중학교’
  • 장강뉴스
  • 승인 2018.12.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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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순(장평중학교 교장)

‘제4회 전국 청소년 마한 역사 탐구 대회에서 대상 수상’
 

▲ 김인순 교장

장흥 장평중은 학원도 없고, 노래방도 없고, 치킨집도 피자집도 없는 산골 마을에 있는 학교이다. 학교가 붕괴되고 수업이 안 된다고 아우성인 요즘, 여기 아이들은 신기하게 그런 말이 어색하다.

아이들은 그지없이 착하고, 긍정적이며, 온순하고 적극적이다. 학교 폭력이란 말도 모르고 1학년이 3학년을 졸졸 따라다니며 묻고 놀고 배운다.

교사들의 평균 연령이 50대가 훌쩍 넘지만, 뱃속 아랫까지 숨겨놓았던 교직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울 수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무엇을 더 주고 더 가르칠까 늘 고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선생님들이 있다. "우리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천사 같아요" 선생님들이 늘 하는 말이다.

그러나 작은 학교에도 서로 존중하는 학교 문화가 되지 않으면 학교폭력도 온갖 문제들이 많다. '아이들은 존중받는 만큼 존중 한다.' 우리아이들이 학교로부터 교직원으로부터 충분히 존중받는 만큼 학교와 교사와 지역주민에게 존중을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도 우리 아이들을 늘 칭찬한다. 인사성이 밝아서 모르는 어른들에게도 인사를 잘한다고 한다.

아이들 숫자가 적어서 매 수업을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추어 수준별 수업이 가능하다. 완전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지식 위주의 1등을 위한 수업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미래의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삶 중심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행복해야 미래가 행복하다'는 철학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늘 생각한다.

마흔명이 채 안되는 아이들이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온 학교가 떠나가라 밴드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탁구장에는 왁자지껄 탁구를 치고, 강당에는 온몸을 날려 배구를 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이 되면 눈을 말똥거리며 적극적으로 수업을 한다.

장평중 아이들은 도시의 어느 아이들보다 역량이 뛰어나다. 스스로 찾고, 친구들과 협력하고, 아름다움과 행복을 누릴 줄 알며, 자신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직 불안해하신다. 학원도 변변히 보내지 못해서 실력이 떨어질까봐, 친구들이 많지 않아 사회성을 배우지 못할까봐 그래서 먼 도시에 학교를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있다. 아무리 앞으로 필요한 실력이란 학원에서 배운 많은 지식이 아니라 미래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역량이라고 말해도 반신반의 하신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이번 11월 17일 제 4회 전국 청소년 마한역사문화 탐구대회에서 당당하게 대상(3학년 권순혁, 박용빈, 배유선, 이다현)을 탄 것이다. 단순한 지식을 묻는 대회가 아니고, 다양한 분야에 역량을 가진 아이들이 참석하는 탐구 대회인데 우리 학생들은 마한 문화를 탐구하여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그걸 발표하여 전국 최우수 대상을 받은 것이다. 마한 탐구 대회에 나온 팀은 사실 그야말로 쟁쟁했다. 광주에서도 내놓으라 하는 중학교 학생들이 치열하게 발표했고 서로 견제했다.

그런데 장평중 학생들의 영상 상영이 끝난 후 박수가 쏟아졌다. 심사위원들은 영상이 너무 감동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언가를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게 놀랍다고 했다.

대회가 끝난후 에도 도시의 아이들은 장평중의 대상 수상을 인정했다. 엄지 척을 하며 지나가기도 했고 “너희 정말 발표 잘하더라, 영상이 너무 감동적이었어”라는 이야기들이 들렸다. 

장평중 아이들은 사실 대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올해 첫 출전이었고, 대상을 기대하기엔 다른 친구들의 수준이 높았다. 내용에 깊이도 있었고 대회를 위해 많이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솔교사의 마음은 아이들이 기죽을까봐 대회 내내 초조하기만 했다.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도시의 아이들이 능숙하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이듯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라고  아이들을 계속 다독였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은 너무 멀어서 서로 모일 만한 여건이 안됐다. UCC를 제작한 학생은 사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친구였다. 학교 컴퓨터로 하다보니 영상을 만드는 일은 지지부진했고 파일이 깨지는 일도 허다했다.

아이들은  정말 어렵게 시간을 쪼개서 모였고 머리를 쥐어짜며 UCC를 제작했다. 마지막에 대상을 호명했을 때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부둥켜 안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1등보다 소중했던 것은 우리아이들이 산골에서 전국 어떤 아이들 못지 않은 배움을 누리고 실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어느 큰 학교보다 자존감을 가지고 행복하게 배우고 즐기고 누구보다 마음 따뜻한 진심을 가진 장흥장평중 학생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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