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청자 매병은 어디에 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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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청자 매병은 어디에 썼을까요?
  • 장강뉴스
  • 승인 2018.11.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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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강진군청 고려청자박물관 청자육성팀)
▲ 이이슬

“이 매병은 어디에 쓰나요?”

청자판매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하는 질문 중에서 빈번도가 으뜸인 말이다. 진열장에 놓여있는 수십여개의 청자들 중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매병은 가히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매화를 꽂고 장식품으로 쓴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만 들었을 뿐 그 용도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고려시대 우리 선조들은 매병에 어디에 썼을까. 

매병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중국황제가 매화를 꽂아놓고 보았더니 좋았더라하여 붙여졌을 거라는 말이 있다. 이로써 매병은 화병으로 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입구가 가늘고 목은 짧으며 어깨는 넉넉하고 다리에 이르면 점점 좁아지는 형태로, 입지름이 작아 매화의 여윈 가지와 어울려 오래전부터 매병이라고 칭한다”라고 중국 청나라 학자의 책에도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이러한 매병은 고려시대에 준(樽)이라고 불리었는데‘술통 준’자를 사용한 것으로 봐서 매병을 술병으로 썼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의 서긍이 고려의 문물에 대하여 기록한 ‘고려도경’에도“주준(酒樽)의 형태는 참외와 같은데, 위에는 작은 뚜껑이 있고 겉면에는 연꽃이나 엎드린 오리 문양이 있다”라는 기록이 발견된다. 이 기록에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무덤벽화, 회화를 통해서도 술과 관련된 용기로 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매병에는 뚜껑이 없지만 회화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매병에는 사실 뚜껑까지 있었다고 한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저자 유홍준 교수는 매병에 대해“과실을 넣고 독한 술을 부어 밀봉을 해서 공기를 차단시켜 숙성시키려다 보니 입구를 작게 했을 것이다. 매실 하나 넣었다 뺄 수 있는 크기에 매실을 넣어 봉했다가 익으면 열매를 꺼내고 술은 주전자에 따라 귀한 손님이 오면 함께 마셨을 것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화병과 술병 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된 매병의 모습도 있다. 2000년 태안 마도2호선에서 인양된 고려청자 매병과 함께 죽찰(竹札)이 함께 발견되었는데, 죽찰에는“중방 도장교 오문부께 준(樽)에 참기름과 좋은 꿀을 담아서 올린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매병에 술만 아니라 꿀, 참기름도 담았다는 것을 알려준 고고학적인 발견이었다.

이렇듯 주로 액체류를 담아내는 용도로 쓰였지만 그릇의 실용성에만 그치지 않고 매병 겉면에는 모란, 연꽃, 버들, 국화, 갈대, 대나무, 매화, 구름, 학, 용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졌다. 각각의 문양이 상징하는 의미를 곰곰이 살펴보는 것도 당시 고려의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도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30년 전 꽃꽂이협회에서 매병의 디자인을 상징 마크로 쓰기 위해 특허청에 신청했는데, 주류협회에서 술병이니까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의 최순우 관장에게 자문을 구했더니“술 담으면 술병이고 꽃 꽃으면 꽃병”이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무엇을 담았든 어떠랴. 용기마저도 아름다운 비취색과 자연을 그대로 표현한 조상님들의 낭만이 담겨진 작품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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