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가을하늘 청명(淸明)한데 충효(忠孝)는 어데로
상태바
장강칼럼 - 가을하늘 청명(淸明)한데 충효(忠孝)는 어데로
  • 장강뉴스
  • 승인 2018.10.09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일중(성균관 전인)
▲ 최일중

가을은 무엇이든 깊어지는 계절이다. 하늘의 청신함이 깊어지고 나무의 우직함이 깊어지고 덩달아 인생의 고민과 성찰도 깊어지는 때이다. 이 우미한 계절에 무엇보다 깊어져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우리의 기도이다.

나를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진정한 원초적 원심의 회귀인 것이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 이 자리는 생의 최종목적지에 얼마만큼 도달했을까? 어디에 있는가? 삶의 과정 또한 어떠한가?

삶에는 도의가 있다. 인간으로 지켜야 할 근본적인 것이다. 그 첫째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에 대한 효가 그 으뜸이요. 또한 나의 보금자리요, 동족의 터전인 조국에 대한 충이 그 으뜸이다.

효와 충을 바탕으로 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함을 삶의 근원으로 삼아야 한다. 주세페 마치니는 “조국은 땅이 아니다. 땅은 그 토대에 불과하다. 조국은 이 토대 위에 건립한 이념이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사상이며 그 땅의 자식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다.

당신의 형태 중 어느 하나라도 투표권이 없이 나라 일에 자신의 의사를 전혀 반영할 수 없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교육받은 자들 사이에서 교육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는 한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일할 수 있고 또한 일하고자 하는 데도 일자리가 없어가는 속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 당신에게 당신의 지켜야만 하는 그러한 조국은 없다. 모두의 그리고 모두를 위한 바로 그 조국을 당신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라 했다. 

나의 터전과 그 터전을 지키며 사랑하는 이념이 바로 조국애라 한다. 조국애가 바로 충(忠)인 것이다.

지아코드 울리비가 19세 나이로 파시스트 암살단체에 의해 붙잡혀 총살당하기 전에 작성한 편지에 보면 ‘공공선이란 다름아닌 우리 자신들이다. 그것과 우리를 묶는 것은 애국이니 우리를 낳고 고통과 눈물 속에서 보살펴 주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니 하는 그런 거창하기만 하고 내용이 없는 상투어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자신들의 이익이라는 것과 공공선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결국 같은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공공선을 내 것처럼 아껴야 하고 그리고 그것을 가장 사랑스럽고 중요한 일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다른 일들이 그리고 이 일들의 성사를 위한 조건들이 바로 이 하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라고 편지를 썼다. 

우리는 충효를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근본으로 삼는다고 하는 것은 의무나 권리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의 발로여야 한다. 가을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시인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향의 산소를 찾아나섰다. 가을비가 내린다.

효와 충이란 과연 우리 인간이 지켜내야 하고 진정한 마음의 발로일까? 나를 있게 해주신 조상님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고 제사를 올리는 후손들의 마음은 어떠해야 한가? 부모님은 항상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셨다. 한 혈통을 지니고 태어나도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

효와 충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그들을 설득하여 내 생각대로 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그러나 같은 것은 한 부모님으로부터 육신을 부여받았다는 것이고 나를 키워주신 은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태어난 내 육신과 이념을 자라게 하고 펼칠 수 있는 보금자리인 내 조국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효와 충의 시작이 된다. 그러나 효와 충은 누가 알려주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어 있다. 이러한 이념과 사상을 거부한 인간은 스스로를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산소에 도착하니 여름 내 자란 풀이 머리를 넘는다. 영혼이 존재한다면 과연 조상님은 후손들에게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가을비가 멈추고 가을답지 않은 햇빛이 온 몸을 축축이 적신다.

어린 자식놈이 벌초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아직은 사람의 도리를 알고 사람노릇을 할 수 있는 자세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까? 가난해도 명예가 없어도 내 조상의 뜻을 살피고 감사와 은혜를 항상 생각하고 내가 서있는 내 나라, 내 땅위에서 내 조국에 대한 충에 변함없는, 진정 사람다운 인간으로 계속 성장해주길 조상님 전에 기원드린다.

벌초를 마치고 가을하늘을 바라본다. 정말 청명하고 드높은 내 조국의 가을하늘은 참으로 아름답다. 산소를 깨끗하게 벌초하고 조상님들의 생전말씀을 생각하며 또 다른 내 후손들의 생각을 한다.

끝까지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가문을 유지하고 충과 효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조상님 전에 기도한다. 충과 효라는 두 단어로 가을을 불태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