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길만 흐른 것이 아니고 나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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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길만 흐른 것이 아니고 나도 흘렀다
  • 장강뉴스
  • 승인 2018.09.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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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장강신문 시민기자)
▲ 위 건

어렸을 때 저는 흔히 산길이나 들길로 학교에 가곤 했다. 숲속에서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와 풍성한 들판의 메뚜기를 잡으며 학교와 집 사이를 오가곤 했죠.

이제는 그 길들이 다시금 그리워진다. 삭막한 도회지 생활에 짜증이 날 때면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이 바로 그 길들인 것이다.

날이 밝으면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그 길을 걷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다. 그러나 설령 제가 그 길을 다시 걷는다 치더라도 그 길은 벌써 제가 어렸을 때 걷던 길이 아니다.

친구들과 장난치며 마음껏 뛰놀던 그런 길이 아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그 길은 이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흘러가버렸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에 떠올려서 말이다.

다시 보고 싶은 어릴 적 그 길. 그러나 우리의 인생길이 그리하듯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길만 흐른 것이 아니고 나도 흘렀다. 기쁘기도 슬프기도 한 길을 때로는 노엽기도, 고민스럽기도 한 길을 수십 해나 흘러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인생살이를 나그네라고 표현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강물이 흘러 바다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굴곡을 거친다. 거기엔 아득한 웅덩이도 거칠 것이고 낭떠러지 같은 폭포도 거칠 것이고 흐름의 폭이 완만한 넓은 강변도 거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거쳐오는 동안 강물은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바다에 이르는 것이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무엇인지는 잘 모를 일이지만 거기에 닿기 위해선 숱한 희노애락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가던 길을 멈출 수가 없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는 것처럼 우리는 아픈 두 발을 부여잡고서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 안식의 시간이 오기까지 우리들은 많은 길을 걸어왔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록 몸은 안식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정신은 살아서 하염없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길을 걸어야 한다. 갓 나서는 무릎으로 걷고 어릴 때는 부모를 따라 걷고, 자라서는 저 혼자 걷다가 늙어서는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떤 길인가 하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줄로 안다. 좁고 긴 길인가? 아니면 넓고도 짧은 길인가? 참된 길인가 아니면 허영과 오욕의 길인가? 왜냐하면 우리가 걷는 길은 되풀이해서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닌 오직 한번만 걸어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 발자국 잘못 내딛는 걸음이 우리의 인생을 아주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염려는 비단 저만의 기우가 아니겠지요. 길을 가되 우리는 어떠한 길을 가야 하겠습니까? 길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넓은 길과 좁은 길, 참된 길과 거짓된 길, 정의의 길과 불의의 길, 이런 여러 길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여러 길들이 우리에게 선택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길의 선택에 따라서 우리들 자신의 행복과 불행도 결정될 것이다.

삶의 가치란 오래 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되게 사는데 있다.

짧게 살아도 우러러보는 삶이 있고 길게 살면서도 손가락질 받는 삶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길을 가야 하겠습니까? 우리 앞에 놓여진 숱한 길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해야 겠습니까?

우리가 분명 길을 가야 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너무 서두르진 말자. 천천히 자기의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다보면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그 어떤 목표도 기쁨으로 이룰 수가 있을 것이다. 동양의 성현들은 사람의 참된 삶을 가르칠 때 ‘도’라는 표현을 썼다. 도란 곧 길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할 때 인도(人道)에 어긋난다고 말하곤 했던 것이다. 길을 걷되 참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노라면 우리 앞에 분명 밝은 서광이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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